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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의 삶과 문학

oijhga 2024. 1. 30. 08:44


당나라 시가문학의 주류는 이백, 두보, 왕유다. 각각 세 가지 심미 양식을 대표하는데, 시선 이백은 자유롭고 호방한 정신을 대표하고, 시성 두보는 유가적 법도의 숭상을 대표하고, 시불 왕유는 불교의 선(禪)적 경계를 대표한다. 서울대 중문과 출신의 두시독회 회원들이 집필한『두보의 삶과 문학』(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2)은 책제목 그대로 크게 두보의 삶과 시문학을 살피고 있다. 다만 두보의 일생을 연대기순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두보 생애 중 그의 삶을 결정하는 계기가 된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두보의 생애는 크게 독서유력 시기, 장안십년 시기, 함적위관 시기, 표박서남 시기의 네 시기로 나뉜다. 독서유력 시기는 태어난 때부터 35세까지 독서와 만유가 삶의 주요 내용을 이루던 시기다. 장안십년 시기는 장안에서 10년 동안 벼슬을 찾아 동분서주하며 고생하던 때다. 함적위관 시기는 안녹산의 군대에 포로가 되었다가 탈출하여 숙종의 행재소로 찾아가 관직생활을 하던 때다. 표박서남 시기는 관직을 버리고 서남쪽을 떠돌던 때다.두보의 문학은 격률과 장법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고 있다. 여러 명이 공동집필하다 보니, 겹치는 대목도 있다. 두시 가운데 가장 유명한 대표작들은 단연코『당시삼백수』에 수록된 「태산을 바라보다」(오언고시), 「병거의 노래」(칠언고시), 「봄날 바라보다」(오언율시), 「높은 곳에 오르다」(칠언율시), 「팔진도」(오언절구), 「강남에서 이구년을 만나다」(칠언절구) 등이다.두보는 일생동안 고체 404수와 근체 1,054수를 지었다. 두보의 조부인 두심언도 초당 말기 시단에서 근체의 명수로 이름을 떨친 이라고 한다. 두보의 오언율시는 모두 627수로 두시 전체의 40퍼센트를 차지한다. 내용을 보면 한거(73수), 산수(68수), 기증(66수), 송별(57수), 영회(49수), 영물(48수), 연회(46수), 사회(41수), 계절(38수), 사교(31수), 회고(22수), 제영(20수), 등람(19수), 변새(17수), 문상(13수), 수답(8수), 공무(6수), 창화(4수), 기타(1수)의 순이다. 왕유와 이백의 오언율시가 한거, 송별, 영회에 치우친 감이 있는데, 두보는 제재와 내용에서 비교적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그런데 두시의 번역들이 다소 유치하고 고졸한 맛이 없다.■여정의 밤에 회포를 쓰다(여야서회旅夜書懷)가느다란 풀에 미풍이 부는 언덕높은 돛을 단 외로운 밤배.별빛 비추어 평평한 들은 넓고달빛 일렁이며 큰 장강은 흐른다.이름이 어찌 문장으로 드러나리오?벼슬은 늙고 병들어 그만둘 수 밖에.정처 없는 모습 무엇과 같은가?천지간에 한 마리 갈매기여라.細草微風岸 세초미풍안危檣獨夜舟 위장독야주星垂平野闊 성수평야활月涌大江流 월용대강류名豈文章著 명기문장저官因老病休 관인노병휴飄飄何所似 표표하소사天地一沙鷗 천지일사구■봄날 바라보다(춘망春望)나라는 깨어져도 산하는 그대로여서 성에 봄이 오니 초목이 우거진다.시절을 느끼니 꽃도 눈물을 뿌리고이별을 한탄하니 새도 마음 놀란다.봉화가 석 달을 이어가니집에서 온 편지는 만금의 값어치.흰머리는 긁을수록 더욱 적어져아예 비녀를 이기지 못할 듯하다.國破山河在 국파산하재城春草木深 성춘초목심感時花濺淚 감시화천루恨別鳥驚心 한별조경심烽火連三月 봉화연삼월家書抵萬金 가서저만금白頭搔更短 백두소갱단渾欲不勝簪 혼욕불승잠칠언율시는 당대에 이르러 형식적 틀이 완성되었는데 가장 큰 공로자는 당연 두보다. 두보의 칠언율시는 151수인데, 황자운은 "두보의 칠언율시는 아래위로 천 년 동안 비교할 만한 것이 없었다"고 평한 바 있다. 청나라 심덕잠은 두보 칠언율시가 탁월한 이유로 넓은 학문, 큰 재주, 왕성한 기운, 변화로운 격식 네 가지를 꼽았다. 그러나 만년의 시기에 지은 것이 대부분이어서, 주로 타향에서 늙고 병들어가는 신세를 한탄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흠이다.두보 칠언율시의 대표작인 「높은 곳에 오르다」는 대력 2년(767) 가을 기주에서 지은 것이다. 소척비는 "비록 한 수의 슬픈 노래이기는 하나 도리어 산을 뽑고 세발솥을 드는 맛이 있는 슬픈 노래"라 평했다.■높은 곳에 오르다(등고登高)바람이 빠르고 하늘이 높고 원숭이 울음소리 슬픈데물가는 맑고 모래는 희고 새는 날며 선회한다.끝없이 펼쳐져 있는 나무의 낙엽은 우수수 지고다함없는 긴 장강은 출렁출렁 흘러온다.만 리 밖에서 가을을 서러워하며 언제나 나그네 되어백 년 동안 많은 병을 안고 홀로 누대에 오른다.고생과 괴로움에 서리 같은 살쩍 많은데쇠약한 몸이라 탁주잔 드는 일도 새로 그만두었네.風急天高猿嘯哀 풍급천고원소애渚淸沙白鳥飛廻 저청사백조비회無邊落木蕭蕭下 무변낙목소소하不盡長江滾滾來 부진장강곤곤내萬里悲秋常作客 만리비추상작객百年多病獨登臺 백년다병독등대艱難苦恨繁霜鬢 간난고한번상빈潦倒新停濁酒杯 요도신정탁주배반면, 두보의 절구는 오언 31수, 칠언 107수 등 138수에 불과하고, 상대적으로 호평을 받지 못했다. 혹평이 대부분인 셈이다.당대 절구의 명수로 일컬어진이는 왕유, 왕창령, 이백이다. 왕유는 오언절구, 왕창령은 칠언절구에 능하고, 이백은 둘을 겸했다는 평이다. 주제는 주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 여정 중의 우수, 부녀자의 원정 등이다.■강남에서 이구년을 만나다(강남봉이구년江南逢李龜年)기왕의 저택에서 늘 보았고최구의 집에서도 몇 번을 들었던가?한창 강남의 풍경이 좋은데꽃 지는 시절에 또 그대를 만났구려.岐王宅里尋常見 기왕택리심상견崔九堂前幾度聞 최구당전기도문正是江南好風景 정시강남호풍경落花時節又逢君 낙화시절우봉군『당시삼백수』에 실린 두보의 칠언절구로, 대력 5년(770) 늦봄에 담주에서 지은 것이다. 두보가 젊은 시절 낙양에서 만났던 명창 이구년과 타향에서 재회한 감회 속에 인생의 고단함과 슬픔을 담았다.
시성 두보의 삶과 문학을 통해 다시금, 21세기의 자리를 돌아보는 시간

정본완역 두보전집 과 더불어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에서 두보의 삶과 문학을 연결지어 창작세계를 재조명했다. 두보의 시에 대한 문학성과 세계관이 지금까지도 고전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고전의 가치 중 으뜸인,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고민과 생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두보의 생애 중 그의 삶을 결정하는 계기가 된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다음으로 격률과 장법의 탁월함에 초점을 맞추어 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역대의 주해서를 간략히 정리하여 쉬운 이해를 돕는다. 한시를 전공하는 독자와 비전공 독자와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정리하여 쓴 것도 이번 전집의 또 다른 장점이다. 아울러 두보의 삶은 그림과 연극으로 재탄생하여 문화예술 전반에 영향을 끼쳤는데 이 부분을 다룸으로써 독자들이 두보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을 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책머리에
일러두기

제1장 두보의 삶 - 김성곤
제1절 젊은 날의 여행과 교유
제2절 함적위관陷賊爲官-격동의 시절
제3절 절친 엄무嚴武와의 사귐
제4절 만년의 유랑과 죽음

제2장 두보의 시 - 김준연·이영주
제1절 두보의 율시와 절구
제2절 두시의 장법

제3장 후대의 두보 문화 - 김만원·이창숙
제1절 두보 시문집과 주석본
제2절 화폭畵幅 속의 소릉, 희대戱臺 위의 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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